세 번째 이야기
첫 번째 글에서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와 콘텐츠 시드 시스템을 이야기했다. 두 번째 글에서 그 과정의 실수들을 공유했다.
이제 이 이야기다. 지금까지 발견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사이트에 대해.
발견: 과정이 곧 콘텐츠다
블로그 시스템을 만들면서 깨달은 게 있다.
“The process of creating content can itself be content.”
처음에는 “블로그를 만들고 나면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했다. 시스템 먼저, 콘텐츠 나중. 그런데 아니었다.
블로그를 만드는 대화 자체가 콘텐츠였다. AI에게 “시드 시스템을 만들자"고 했던 프롬프트, 그 과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들, 심링크가 안 돼서 삽질한 이야기 - 이 모든 게 글감이었다.
작업이 끝난 후에 따로 “문서화"할 필요가 없었다. 작업 자체가 문서화였다.
이 시리즈가 그 증거다
지금 읽고 있는 이 시리즈 자체가 증거다.
- 블로그 시스템을 만들었다
- 그 과정을 시드로 기록했다
- 시드들을 모아서 글을 썼다
- 그 글이 블로그의 첫 콘텐츠가 됐다
메타 재귀적이다. 콘텐츠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그 시스템의 첫 콘텐츠가 된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의도였다. 처음 프롬프트에서 이미 말했다:
“I want this to be content at the same time”
작업하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만든다. 이게 핵심이다.
패러다임 전환: 수동적 AI 협업자
더 흥미로운 발견이 있었다.
“seed idea capture and naming should be automated. I am just doing ideation and feedback on agent work and you harvest all”
내가 한 말이다. 처음에는 seed-idea나 seed-prompt 같은 명령어를 직접 치려고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록 명령을 실행하고, 이름을 정하고…
그런데 그것도 번거롭다. 생각의 흐름이 끊긴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꿨다. 내가 기록하는 게 아니라 AI가 수확한다.
- 나는 그냥 생각하고 피드백한다
- AI가 대화 중에 시드를 발견한다
- 자동으로 분류하고 저장한다
“사용자가 AI를 도구로 써서 기록한다"에서 “AI가 사용자 작업을 관찰하며 기록한다"로.
이 패턴이 적용되는 곳들
이 패턴은 콘텐츠 시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회의록: 사람들이 말하고, AI가 정리한다. 회의 끝나고 따로 정리할 필요 없다.
코드 문서화: 코딩하면서 AI가 보고 있다. 왜 이렇게 짰는지, 어떤 결정을 했는지 AI가 알고 있다. 문서화는 자동이다.
의사결정 로그: 결정을 내리면 AI가 맥락과 근거를 기록한다. 3개월 후에 “왜 이렇게 했지?“가 없다.
학습 일지: 작업하면서 AI가 교훈을 추출한다. 따로 회고 시간을 잡을 필요 없다.
공통점: 사람은 본업에 집중하고, AI는 배경에서 지식을 수확한다.
진정한 협업의 의미
AI와 협업한다고 하면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 질문을 던진다
- 답을 받는다
- 적용한다
도구로서의 AI다. 내가 부리는 비서.
그런데 이 시리즈를 만들면서 경험한 협업은 달랐다.
- AI가 내 생각의 흐름을 관찰한다
- 내가 놓친 패턴을 발견한다
- 의도하지 않았던 연결을 만든다
- 작업의 부산물을 자산으로 바꾼다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파트너에 가깝다.
마치며: 시스템과 실천
세 편의 글을 통해 이야기한 것:
- 시작: 왜 이 블로그를 만들었고, 콘텐츠 시드 시스템은 어떻게 생겼는가
- 실패: 과정에서 겪은 실수들과 그로부터 배운 것들
- 발견: 작업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메타 재귀, 그리고 수동적 AI 협업
시스템은 만들었다. 이제 실천이다.
매일 AI와 대화한다. 그 대화들이 시드가 된다. 시드들이 모여서 글이 된다. 글들이 모여서 블로그가 된다.
이 블로그는 “AI와 대화하는 개발자"의 기록이다. 대화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대화의 일부다.
당신도 AI와 대화하고 있다면, 그 대화를 기록해보라. 휘발되기엔 아까운 것들이 분명 있다.
이 글은 AI와 협업하여 작성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글에서 말하는 바로 그 패턴의 실연이다.
시리즈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