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로그를 시작했나

매일 AI와 대화한다. 코드를 짜다 막히면 물어보고, 아키텍처를 고민하면 같이 토론하고, 가끔은 철학적인 주제로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이 대화들이 그냥 사라지고 있었다.

세션이 끝나면 휘발된다. 분명 어제 좋은 인사이트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비슷한 문제를 또 처음부터 설명하고 있다. 이건 낭비다.

그래서 결심했다. AI와 나눈 대화를 기록하자. 그리고 그냥 기록만 하지 말고, 블로그 콘텐츠로 만들자.

시작이 된 하나의 프롬프트

모든 건 이 프롬프트에서 시작됐다:

“in dev folder of koed I want to gather prompts I wrote, Idea I had, misses we made and write blog contents with those. for example let’s say i am creating blog with you right now, and I want this to be an content at the same time.”

돌아보면 이 프롬프트가 잘 작동한 이유가 있다.

첫째, 카테고리가 명확했다. 프롬프트, 아이디어, 실수(misses) - 세 가지로 나눴다. AI가 구조를 잡기 쉬웠다.

둘째, 메타 인식이 있었다. “지금 이 대화 자체도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게 중요했다. 작업하면서 동시에 기록하는 시스템을 원한다는 걸 명확히 했다.

셋째, 열린 구조였다. 세부 구현은 AI와 토론하면서 정하자는 태도. 너무 구체적으로 지정하지 않아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여지를 남겼다.

콘텐츠 시드 시스템

AI와 대화해서 만든 시스템은 이렇다:

BrainFucked/10-Blog/
├── seeds/
│   ├── prompts/     # 잘 작동한 프롬프트들
│   ├── ideas/       # 떠오른 아이디어들
│   └── misses/      # 실패와 교훈
├── drafts/          # 작성 중인 글
└── published/       # 발행된 글 (Hugo로 심링크)

prompts는 효과적이었던 프롬프트를 저장한다. 왜 잘 작동했는지 분석도 함께.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다.

ideas는 대화 중에 떠오른 인사이트다. “아, 이건 글로 쓸 만하다” 싶은 것들. 완성된 생각이 아니어도 된다. 씨앗(seed)이니까.

misses는 실수와 실패를 기록한다. 버그, 잘못된 가정, 삽질한 경험. 이것도 콘텐츠다. 아니, 어쩌면 가장 가치 있는 콘텐츠다.

하나의 허브로 모으기

처음에는 별도 폴더를 만들려고 했다. ~/.content-seeds/ 같은.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미 Obsidian 볼트가 있다. BrainFucked라는 이름의.

“Brain Fucked will be hub for every idea, content, post”

이게 내 원칙이 됐다. 하나의 볼트에 모든 걸 모은다.

왜?

  • 여러 곳에 흩어지면 나중에 못 찾는다
  • Obsidian의 위키링크로 아이디어끼리 연결할 수 있다
  • 검색이 한 곳에서 된다
  • 백업이 단순해진다

그래서 콘텐츠 시드 시스템도 BrainFucked 안에 넣었다. 10-Blog/seeds/로.

지금까지 만든 것들

이 시스템으로 지금까지 만든 것들:

Hugo 블로그: PaperMod 테마로 세팅했다. 한국어가 기본이고 영어도 지원한다. Cloudflare Workers로 호스팅해서 raoulcoutard.com에서 볼 수 있다.

콘텐츠 시드 7개: 아이디어 5개, 프롬프트 1개, 실수 2개를 이미 수확했다. 이 글을 쓰는 데도 그 시드들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화 플러그인: OpenCode 세션이 시작될 때 자동으로 이전 세션을 훑어서 시드를 수확하는 플러그인을 만들었다. 아직 실험 중이지만 방향은 맞다.

이 글 자체가 증거

재미있는 건, 이 글 자체가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증거라는 점이다.

  • 원래 프롬프트를 시드로 저장했다 → 이 글에서 인용했다
  • “하나의 허브” 아이디어를 시드로 저장했다 → 이 글의 한 섹션이 됐다
  • 블로그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 블로그 콘텐츠가 됐다

메타 재귀적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그 과정이 콘텐츠가 된다.

다음 이야기

완벽하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심링크가 잘못된 경로를 가리키고 있어서 한참 헤맸다. Bash 스크립트가 이상한 이유로 조용히 실패했다. API 키를 어디에 저장할지 고민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과정에서 겪은 실패들과 그로부터 배운 것들을 이야기하겠다.


이 글은 AI와 대화하며 작성되었고, 그 대화 자체가 콘텐츠 시드가 되었다.


시리즈

  1. AI와 함께 블로그를 만들다: 시작
  2. 실패에서 배우기: 작은 실수들의 가치
  3. 콘텐츠가 콘텐츠를 낳다: 메타 재귀의 발견

계속됩니다…